취향은 무의식에의 순간, 순식간에 자리잡아 작정하지 않은 결정의 순간, 발현된다.
내게 페소아와 슈지는 엄연히 다르다. 카뮈와 플라톤 또한 다르다.
인생의 혹은 세기의 종말을 그릴때면 이들이 떠오르며 생경한 공간에서 독한 공기가 일때면 몸을 내두르기도 전에 움츠러들며 내 존재를 탓한다. 부족한 소양과 도덕으로 인해 타인을 경멸하여 천치의 상황으로 빠져드는 무익한 인간. 어김없이 해대는 덧 없는 넋누리에 제 이상은 말리고 꼬여 예쁜 고름으로 버드나무 한 귀퉁이에 매달아 버려진다.
시각의 차이에서 오는 괴리감 또한 공허함을 불러일으키기에 함부로 내 기억을 믿지 아니하며 섣불리 내가 본 단상과 그가 본 단상을 교차시키지 않는다.
기억과 상실은 실제하지 않는다. 실제하지 않는 기억이므로 상실할 수 없지만 이미 상실된 기억은 실제하지 않는다. 돌이킬 수 없다. 교차되는 순간 이내 만나지만 곧 지나가기에 교차점은 다시 과거이다. 오늘 만날 수 있기를 매일 같은 시간 기대해본다. 지금은 그저 상영하는 영화들의 제목을 나열하며 볼 것인가 보지 않을 것인가 결정하며 시간을 보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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