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11/2016

우리는 같은 침대에 누울 수 없게 되었지

세상에 남자가 얼마나 많은데 너는 연애를 안 한다 그러니
하고 물어오는 이유는 내가 썩 새로운 사내와 새로운 체위에
당장에 뛰어들 마음이 없다고 여럿 말했기 때문이다.

분명히 내 책은 아직도 그의 방에 있을 것이고
그의 펜은 내 필통에 그대로 있는데도 말이야,
우리는 영영 같은 침대에 누울 수 없게 될 것이고
서로의 겨드랑이 품을 파고들 일도 없을 것이다.

그래도 우리는 이내 새로운 사람과 비밀도 만들고
그와는 하지 않았던 체위로 섹스를 하게 될 것이며,
그토록 선명하던, 유치하고도 비겁했던 오해들은
다신 없을 사랑 이야기로 둔갑한 채 옛사랑이라 일컫게 되겠지.

처음부터 다시 설명하기도, 애써 친해지기도 막막하니
내가 이걸 여태 어떻게 해왔는지가 마냥 신기할 따름이다.
세상에 남자가 얼마나 많길래 다들 연애를 하라고 하는지
결국 우리는 같은 침대에 누울 수 없게 되었는데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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